몇 달 전에 아파트를 팔겠다고 마음을 굳히셨던 분이 얼마 전 다시 연락을 주셨다. 처음 상담할 때만 해도 시세차익이 얼마 안 될 것 같아서 양도세 걱정은 크게 안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사이 호가가 훌쩍 뛰어버리면서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 거다. "세금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어요"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나도 마음이 착잡해졌는데, 사실 이런 경우가 요즘 들어 부쩍 잦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얘기가 나온 뒤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매도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늘어난 건 당연한 흐름인데, 문제는 그 결심을 굳히기 전에 세금 계산을 먼저 해보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다. 집값이 올랐다는 기쁨에 앞서, 그 오른 만큼 나라에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미리 따져봐야 매도 시점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데, 이 순서가 뒤집혀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세금 규모를 알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
양도세라는 게 단순히 차익에 세율을 곱하면 끝나는 계산이 아니다. 보유 기간이 얼마나 됐느냐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달라지고, 실거주 요건을 채웠느냐에 따라 비과세 적용 여부가 갈리고, 다주택자냐 1주택자냐에 따라 세율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에 취득가액을 어떻게 잡느냐, 필요경비를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느냐까지 더하면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상황에 따라 세금이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차이가 평소 시세가 잔잔할 때는 그나마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는데, 지금처럼 시세가 급하게 뛴 상황에서는 그 예측 오차 자체가 훨씬 커진다는 게 요즘 가장 조심스럽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두고 판단을 잘못하시는 경우를 현장에서 자주 마주친다. 3년 이상 보유하면 공제가 시작되고 15년을 꽉 채우면 최대 공제율까지 올라가는 구조이다 보니, "조금 더 기다리면 공제를 더 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매도를 미루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지금처럼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오히려 과세표준이 더 커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공제율이 올라가는 속도보다 과세 대상 차익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르면, 기다릴수록 손에 남는 세후 수익이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거다.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도 다시 한번 점검하셔야 하는 시점이다. 비과세 대상이더라도 양도가액이 12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가 적용되는 구조라, 시세가 이 기준을 넘어서 올라간 경우라면 비과세라고 안심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세금을 마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나도 이 기준이 현행 12억으로 상향된 이후 상담 오시는 분들이 비과세를 너무 넓게 이해하시는 경우를 여러 번 봤는데, 정확히 어느 범위까지 비과세이고 어느 부분부터 과세가 들어오는지를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시는 게 맞다.
절세라는 게 결국 타이밍과 요건의 싸움이다. 세율을 낮추는 방법은 제한돼 있지만, 매도 시점을 조정해서 비과세 요건을 갖추거나 장기보유공제를 더 쌓는 방식, 혹은 반대로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구간에서 과세표준이 더 커지기 전에 매도하는 방식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따져보는 게 지금 이 시기에 해야 할 작업이다. 이 판단은 개인 사정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영역이라 내가 일반론적으로 어느 쪽이 낫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현재 시세 기준으로 예상 양도세를 한 번 뽑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시는 게 순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세무사 한 번 만나보는 게 돈 아까운 일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갈수록 더 강하게 느낀다. 특히 지금처럼 시세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지난해 짜둔 절세 계획이 올해는 맞지 않는 옷이 돼버리는 경우가 충분히 생길 수 있으니, 매도를 막연히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가격 타이밍을 재기 전에 세금 시뮬레이션부터 한 번 돌려보시는 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줄 거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