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가 집을 정리할 때 "어떤 집을 먼저 팔까"라는 질문의 답이 세금에서 수천만 원의 차이를 만든다는 걸 모르는 분이 생각보다 많다. 두 채를 가지고 있으면 어차피 둘 다 팔 건데 순서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법은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여서 먼저 파는 집에 따라 나중에 파는 집의 세금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본 원칙은 이렇다. 시세 차익이 작고 보유 기간이 짧은 주택을 먼저 팔아서 다주택 상태를 벗어난 뒤, 남은 한 채에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는 게 세금을 줄이는 가장 일반적인 전략이다. 예를 들어 A 주택은 2억 차익이고 B 주택은 5천만 원 차익이면, B를 먼저 팔아 5천만 원에 대한 세금만 내고 1주택이 된 뒤 A를 비과세로 파는 게 유리하다. A를 먼저 팔면 2억 차익에 다주택 중과세율이 적용되면서 세금이 훨씬 커지니, 순서 하나로 세금 총액이 수천만 원 벌어지는 거다.
여기까지는 단순한데, 현실에서는 이 기본 원칙이 안 맞는 경우도 있다. 중과 배제 특례가 적용되는 주택이 포함돼 있으면 계산이 달라진다. 조정대상지역 밖의 주택이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임대 등록 주택은 중과 배제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이런 주택을 먼저 팔면 중과 없이 일반 세율로 처리할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차이도 순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보유 기간이 긴 주택일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높아져서 양도 차익에서 공제되는 금액이 커지는데, 15년 이상 보유한 주택과 5년 보유한 주택의 공제율 차이가 상당하다. 시세 차익이 큰 주택의 보유 기간이 길면, 그 주택을 나중에 팔 때 1주택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동시에 적용받아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최적 매도 순서는 "차익이 작은 걸 먼저"라는 단순 공식이 아니라, 각 주택별 차익 규모, 보유 기간, 중과 적용 여부, 장기보유특별공제율, 비과세 요건 충족 여부를 모두 대입해서 시나리오별 세금 총액을 비교 계산해야 정확한 답이 나온다. 이 계산은 변수가 많아서 본인이 직접 하기 어려울 수 있고, 세무사에게 매도 순서별 시뮬레이션을 의뢰하면 각 시나리오의 세금 차이가 숫자로 나오니 가장 확실한 판단 근거를 얻을 수 있다.
한 가지만 확실히 기억해두면 좋은 건, 매도 순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거다. 한 번 팔고 나면 그 순서를 바꿀 수 없으니, 팔기 전에 계산하는 게 팔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어차피 다 팔 건데"라는 안일함이 수천만 원의 세금 차이로 돌아올 수 있으니, 순서를 정하기 전에 세무사 상담 한 번 받는 비용이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가 된다.
